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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핑크색이 꼭 핑크색으로 나오지 않아도 괜찮아 

사진에 관심이 많은 한 아이가 메신저로 말을 건다.

“핑크색 꽃을 그 꽃이 가진 본연의 핑크색으로 정확히 재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방 안에서 꽃을 찍는데 진한 핑크색 꽃이 물 빠진 핑크로 나온다는 고민이었다. 카메라 세팅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할 말이 바로 떠오르지 않고 30초 정도를 생각해도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사실 이런 질문은 난감하다. 마치 의사 선생님에게 메신저로 “저 배가 아파요.” 물은 뒤 족집게 같은 처방이나 신기어린 소견을 기대하는 것과 비슷하다. 내게는 그런 능력이 없어서 “응, 너 돌 먹었네. 그래서 배가 아픈 거야.” 같은 속 시원한 답을 해주지 못했다.

↑ 110동 앞 벚나무는 새봄이 오면 110이라는 숫자를 가릴 만큼 커버릴 것이다. / 2010


 

정작 내가 생각해낸 답변은 궁색하게도 “핑크색이 꼭 핑크로 나오지 않아도 괜찮아.”였다. “네가 찍은 핑크는 꽃이 지닌 핑크색과 네 방의 벽지 색깔 그리고 방에 들어오는 햇살이 만드는 합작품인 거니깐 그렇게 사진으로 표현되는 거야. 혹시 네 방의 벽지가 푸른색 계통 아니니? 아마 꽃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의 색반사 때문일 가능성이 큰데, 지금 네가 보는 희미한 핑크로 나와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라고 답했더니 별다른 대답 없이 메신저를 나가 버렸다.



 

↑ 흐린 4월, 잠실의 꿈꾸는 흐린 벚꽃. / 2010

꽃이 흐드러지던 4월

내가 찍은 잠실의 벚꽃은 흐린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황사 때문인지 핑크색이 표백된 것같이 하얀색으로 나왔다. 괜찮아. 날씨가 흐려서 색온도가 낮았고, 흐린 날씨 때문에 내 눈에도 벚꽃이 하얗게 보였으니까. 억지로 과장하거나 보정하지 않아도 돼. 사진 제목으로 ‘흐린 벚꽃’이라고 하면 사람들도 하얀색 벚꽃을 이해하겠지. 게다가 초점도 맞지 않았으니 흐린 벚꽃이 마치 꿈을 꾸는 듯 몽환적이잖아? 그래! 제목은 ‘흐린 4월, 잠실의 꿈꾸는 흐린 벚꽃’이라고 하자.



 

핑크색이 꼭 핑크로 나오지 않아도 괜찮아

사진은 사물을 복제해 재현하는 것 이외에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매력덩어리거든.

복제를 원한다면 칼라 복사기를 사는 게 현명하지 않겠어?

대상이 가진 색에 연연하지 말자.

그것은 우리가 맞혀야 하는 모범답안이 아니다.

단지 참고하라. 그리고 당신의 감정과 주변 상황과 의지에 따라 마음대로 변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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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hotomon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