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사진, 잘 찍고 싶으신가요?
사진은 다른 시각 예술과(나에게 예술이란 정의는 혼돈스럽다. 예술의 기준이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은 나에게 풀리지 않는 숙제이기 때문이다. 당구에서 기립박수를 받는 예술구와 인기 절정의 맛집에서 흘러나오는 ‘예술인데?’라는 감탄사는 점점 더 나에게 예술의 의미와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이 책에서 예술의 정의는 창작 활동 정도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달리 기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한 창작은 차가운 금속재질 속 복잡한 회로들과 전자장치들로 구성된 카메라라는 기계의 힘을 어쩔 수 없이 빌려야 하기 때문이다.그림을 그리기 위해 연필을 깎는 행위와는 비교할 수 없게 복잡한 방식이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사진은 딱딱하고 논리적인 사고를 주관하는 좌뇌의 활동이 필요한 어찌 보면 무척 건조한 매체라는 말이다. 감성적이고 눈물 나는 영화를 보기 위해 암호로 가득한 보물 지도 같은 DVD 플레이어의 작동법을 익히고, 외부입력 버튼의 기능과 세발낙지 발가락 같은 입력선의 빨강, 노랑, 하양 색깔을 맞춰 꽂는 것과도 유사하다. 감동적인 영화를 보며 우뇌를 자극하는 감동을 받으려면 원하지 않아도 좌뇌의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딱딱하고 건조하며 골치 아픈 좌뇌 영역에 대해서는 웬만하면 이 책에서는 간과하기로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하나하나 말로 설명하기 보다는 많이 다뤄 보고, 찍어 보고, 망쳐 보면서 자연스레 습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방식이 사진에 대한 열정을 쉽게 식지 않게 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세상 누구도 자전거 타는 법을 책으로 배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진기 작동법도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는 이치와 같다. 한번 크게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고 나면 그것이 무서워서 다음번에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쓰게 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자갈길도 휘파람을 불며 탈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동쪽으로 서쪽으로 달린다. 해가 저물어 가는 캘리포니아의 서쪽 하늘은 엑셀을 밟지 않아도
나를 흐~흡 하고 긴 숨으로 빨아들이는 듯하다. ‘Hotel Caflifornia’를 틀어 놓았다.
그리고 노을 속으로 끌려가듯 달린다.
“우뇌.”
감성, 창작, 센스, 표현, 구성, 감동, 멋에 대한 능력을 지배하는 머릿속의 오른쪽 뇌 부위다. 사진을 잘 찍는 것.
그것은 달리 이야기하면 사진으로 나를 포함한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것인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게다가 요즘 사람들은 팍팍한 세상살이에 지쳐 감정이 메말라 매사에 심드렁하고, 웬만해선 잘 웃지도, 감동하지도 않는다. 시각적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 대중들을 감동시키기란 쉽게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 같기만 하다. 사진으로 감동을 주는 것은 셔터를 맞추고, 조리개를 돌리고, 초점과 색 온도를 맞추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사진이라는 표현을 통해 감동을 주고받는 것은 우뇌의 역할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고로 좋은 사진가는 우뇌가 발달한 사진가라고 생각하는데, 많은 사진인들이 사진기 작동법 등 좌뇌에만 집착하는 것이 안타깝다.
우뇌를 훈련시키는 매뉴얼 또는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사람마다 감동을 받는 기준이 다르고
환경도 다르기 때문이다. 나의 우뇌 훈련법은 경험을 통한 자극을 주는 것이다. 다양한 자극들은 나도 모르게
우뇌를 말랑말랑 노곤노곤하게 마사지 해 줘 어느새 젤리처럼 말랑한 우뇌와 ‘아~’ 소리를 내며
활짝 열린 가슴을 소유한, 창작할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진으로 감동을 주기 위한 시시껄렁한 우뇌 훈련법.
내가 주로 했던 우뇌 훈련법은 이렇다. 그리 거창하지는 않다.
슬픈 영화를 보며 엉엉 울어도 보고,
야한 영화를 보며 음흉한 미소도 지어 보고,
머릿속 필름이 뚝 끊기게 술도 마셔 보고,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슬픈 이별도 해 보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사랑의 감정도 느껴보고,
하루 종일 하품만 하는 한량 백수로도 살아 보고,
고래고래 유치하게 큰 소리로 버스기사와 싸워도 보고,
무책임하게 잠수를 타버린 채 휴대폰을 꺼버리기도 하고,
햇살 좋은 오후 내내 윈도쇼핑을 하며 백화점을 어슬렁거리기도 하고,
충동구매로 55만 원짜리 청바지를 사놓곤 내내 목을 맬 듯 후회도 해 보자.
갑자기 꽂혀버린 음악을 수십 번 반복해서 듣기도 해 보고,
장르 불문의 전시회에 가서 작품을 살 것 같은 진지한 표정으로
큐레이터에게 난해한 질문을 던져 보자.
문득 터미널로 달려가 어딘지 모를 땅끝마을을 향해 떠나도 보고,
클럽 스피커 위에 올라가서 일행들이 부끄러워할 정도로 신나게 춤을 춰 보자.
다양한 경험과 사소한 감동은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드는 의지의 근원이다.
마음을 열고 경험하고 감동을 받아라.
사진을 잘 찍기 위한 첫 번째 비법이다.
혼자 풀을 뜯고 있는 말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싶었다.
왜 혼자 밥 먹는 것을 보면 애잔한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다.
mission
카메라를 목에 걸어 메고 하루 종일 또각또각, 뚜벅뚜벅 걸어 봅니다.
시골길이라면 더 좋고 혼자라면 더더욱 좋습니다.
길카의 코스모스와 대화도 해 보고, 날아가는 잠자리에게 손짓도 해 봅니다.
걷다가 목에 건 무거운 카메라 때문에 아파서 괴로울 때, 혼자 걸으며 생각한 것들이 너무 많아서 편두통의 신호가 올 때,
슬그머니 카메라를 손에 쥐고 주위의 사물들과 풍경들 그리고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사진을 찍어 봅시다.
무의미하게 지나쳤던 사물들이 조금 다르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포토몬과 까칠한 김작가 김한준이 마련한 소소한 이벤트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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