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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김한준 사진이야기 5화 "벽에 걸어 놓고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제아무리 산해진미요, 진수성찬이면 무엇하리.

그것이 그림 속의 것이라면 단지 그림의 떡인 것을.

 

사진도 마찬지다.

제아무리 기가 막힌 사진이더라도

그것이 모니터 속에서 나오지 못한다면 단지 모니터 속 사진에 불과하다.

사진은 종이에 인화되어 벽에 걸려야 그때 진정한 사진의 힘을 갖는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사진을 모니터로 감상하는 좋지 않은 습관을 갖게 되었다.

졸업식 후 반투명한 서걱거리는 비닐 봉투에서 3X5 사이즈의 사진을

 지문을 묻혀 가며 넘겨 보는 풍경은 이제 좀처럼 찾기 힘들어졌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된 지금은 메모리 카드를 데스크탑에 꽂고 이미지 브로우저를 통해 사진을 확인하고

그 중 마음에 도는 것을 미니홈피 또는 블로그에 싣는 것이 사진 행위의 종착역이 되어버렸다.

은염과 잉크로 재현하는 무단계의 톤과 깊고 풍부한 컬러 그리고 펄프 향이 아스라한 종이의 질감은

아무리 좋은 최신형 모니터로 보는 것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사진은 생각하고 촬영하고 인화하여 액자에 정성스레 넣고 벽에 걸어 놓고 보는 것이다.



 

벽에 걸어 놓은 사진을 한 발짝 뒤에 서서 뒷짐을 지고 유심히 바라보는 행위는

코 앞의 모니터에서 딸깍딸깍 클릭을 하며

사진을 만화책처럼 넘기는 행위와는 분명 질적인 차이가 있다.

잘 찍는 것보다 잘 감상하는 것이 당신의 사진 세계를 풍성하게 하는 길이다.

노트북으로 보는 영화와 초대형 스크린을 가진 극장에서 보는 영화가 선사하는 감동의 차이라고 설명한다면 이해가 쉬울까?

 

 

 

 

까칠한 김작가의 시시콜콜 미션~!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진을 인화합니다.

그 사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액자를 고르고 정성스레 먼지를 털어 액자에 넣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방안에 그 사진과 가장 어울리는 장소에 사진을 걸어 보십시오.

모니터에서 보던 당신의 사진은 눈에 점을 찍어 드디어 승천하는 용처럼 이제야 힘을 얻었습니다.

사진은 종이에 새겨서 벽에 걸어 놓고 바라보는 것입니다.

손에 마우스를 쥐지 않은 채 뒷짐을 지고서 여유롭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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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김한준사진이야기 5화 - '벽에 걸어 놓고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제아무리 산해진미요, 진수성찬이면 무엇하리. 그것이 그림 속의 것이라면 단지 그림의 떡인 것을.
 
사진도 마찬가지다.


제아무리 기가 막힌 사진이더라도 그것이 모니터 속에서 나오지 못한다면 단지 모니터 속 사진에 불과하다.
사진은 종이에 인화되어 벽에 걸려야 그때 진정한 사진의 힘을 갖는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사진을 모니터로 감상하는 좋지 않은 습관을 갖게 되었다.
졸업식 후 반투명한 서걱거리는 비닐 봉투에서

3X5 사이즈의 사진을 지문을 묻혀 가며 넘겨 보는 풍경은 이제 좀처럼 찾기 힘들어졌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지금은 메모리 카드를 데스크탑에 꽂고 이미지 브로우저를 통해 사진을 확인하고
그 중 마음에 도는 것을 미니홈피 또는 블로그에 싣는 것이 사진 행위의 종착역이 되어버렸다.

 

은염과 잉크로 재현하는 무단계의 톤과 깊고 풍부한 컬러 그리고 펄프 향이 아스라한 종이의 질감은

아무리 좋은 최신형 모니터로 보는 것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사진은 생각하고 촬영하고 인화하여 액자에 정성스레 넣고 벽에 걸어 놓고 보는 것이다.


 

벽에 걸어 놓은 사진을 한 발짝 뒤에 서서 뒷짐을 지고 유심히 바라보는 행위는
코 앞의 모니터에서 딸깍딸깍 클릭을 하며
사진을 만화책처럼 넘기는 행위와는 분명 질적인 차이가 있다.
잘 찍는 것보다 잘 감상하는 것이 당신의 사진 세계를 풍성하게 하는 길이다.
노트북으로 보는 영화와 초대형 스크린을 가진 극장에서 보는 영화가 선사하는 감동의 차이라고 설명한다면 이해가 쉬울까?


 

까칠한 김작가의 시시콜콜 미션~!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진을 인화합니다.
그 사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액자를 고르고 정성스레 먼지를 털어 액자에 넣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방안에 그 사진과 가장 어울리는 장소에 사진을 걸어 보십시오.
모니터에서 보던 당신의 사진은 눈에 점을 찍어 드디어 승천하는 용처럼 이제야 힘을 얻었습니다.
사진은 종이에 새겨서 벽에 걸어 놓고 바라보는 것입니다.
손에 마우스를 쥐지 않은 채 뒷짐을 지고서 여유롭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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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김한준 사진이야기 4화 - 학교에서 알려 주지 않았던 사진이야기

 

 

 

 

"왜 초점이 맞지 않았나요? 수평선이 맞지 않아요? 사진 작가가?”

같은 진부한 질문은 플라스틱 막걸리 병으로 머리를 맞을 만큼 식상합니다.

고개를 갸우뚱하고 세상을 보면 수평선도 기울어집니다.

 

그대로 사진을 찍으면 남들과 조금 다르게 보는 세상이 찍히는 것이고,

그렇게 찍은 사람이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갸우뚱하다고 질책하는 사람들은 너무 공산당스럽지 않습니까?

모든 사진 속의 구성이 1:1.618의 황금비율로 찍혀 있다면 얼마나 답답할까요?”

 

 

 

교수님께 질문하고 싶었다.

 

 

 

 

 

 

↑바람이 거센 바다 / 2010

 

 

 

 

그러나 용기 없는 나는 교수님들의 말씀을 잘 듣는 모범생의 길을 택했고,

초점과 노출 그리고 조명을 국가대표급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과 탄탄한 기초를 얻었다.

 

그것들은 내가 사진으로 생계를 영위하기 위한 돈을 벌게 해 주었지만,

언젠가부터 뜨겁기만 하던 나와 사진의 러브 스토리는 대부분 맥없이 싱겁고 식상했다.

 

항상 나를 가두었던 기술과 기초의 틀 속에서 나를 꺼내는 데는

사진을 공부한 것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물론 기술과 기초의 습득은 긍정적인 일이다.

 

사진은 테크닉을 반석으로 하는 표현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은 주머니 속에 넣어 두고 가끔 필요할 때 꺼내 보면 그만이다.

기술과 기초라는 두꺼운 안경을 벗지 못한다면 그 안경은

우리가 볼 수 있는 세상의 폭을 절망적으로 좁게 만들기 때문이다.

 

 

 

 

 

↑ Ryuichi Sakamoto의 ‘Merry christmas Mr. Lawrence’가 흘러나온다.

 

 

 

 

 

 

곧 숙소에 도착할 것이다. 비가 올 것 같았다. 카메라를 꺼내 세 장의 사진을 찍는다.
파인더를 보지 않은 채로, 음악에 취한 채로, 자유로를 달리는 채로. / 자유로, 2010

 

 

 

 

중요한 것은 손가락이 아닌 가슴인 것을 너무 늦게 깨닫고 말았다.
중요한 것은 카메라가 아닌 눈이라는 것을 이제 알게 되었다.

 

 

 

 

 

 

↑남자는 나에게 저쪽 빈 의자에 앉으라고 말하는 듯하다.
카메라를 꺼내 몰래 그를 직고서 빈 의자에 앉는다.
우리는 어떤 인연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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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김한준 사진이야기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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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 춤추는 사진가

함께 작업하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저녁식사를 하다 말고 새로 콤팩트 디카를 샀다며 자랑을 한다. 어두운 곳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대낮같이 환하고 뽀얗게 나온다며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한다. “요즘 디카들 참 잘 나오지?”라고 그의 자랑에 장단을 맞춰 주다가 “어디 한번 줘봐.”하며 카메라를 건네 받아 요모조모 살펴봤다. 그날 나는 라이카 m8을 가지고 있었고 라이카로 그가 찍은 저녁상을 똑같이 촬영했다. 하지만 그가 찍은 50만 원짜리 조그만 디카 속의 저녁상은 몇백 만원짜리 라이카로 촬영한 것보다 누가 봐도 더 환하고, 더 멋졌다.

 ‘아, 이런.’ 이 조그만 카메라는 정말 전문 사진 작가를 뻘쭘하게 만든다. 내가 20년 동안 갈고 닦았던 사진 테크닉은 어처구니없이 영리해진 최신 카메라 앞에서 맥없이 무릎을 꿇었다. 



↑ 110동 앞 벚나무는 새봄이 오면 110이라는 숫자를 가릴 만큼 커버릴 것이다. / 2010


↑ Wastes Waste Series. 2009

요즘 출시되는 카메라들은 고맙게도 점점 둔해지는 나를 위로하듯 똑똑해져 간다.

눈이 좋지 않은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 빠른 속도로 조용하게 초점을 맞춰 주고,

노출 때문에 걱정하는 내 소심함을 5cut씩 알아서 노출 보정을 준다.

흔들리는 내 수전증을 의사가 된 듯 진찰하여 알아차린 후 선명한 사진을 만들도록 도와 주며,

피노키오의 코처럼 쭉쭉 늘어나는 줌렌즈로 눈을 휘둥그레 만들기도 한다.

어디 그뿐인가. 셔터와 조리개의 의미조차 모르는 유저들에게 유아틱한 아이콘들로 최대한의 친절을 베푼다.

뛰어가는 운동선수의 아이콘을 선택하면 하이스피드 셔터를 끊어 주며,

촛불 아이콘을 선택하면 몰래 감도를 높여 주고 조리개를 열어 준다.

꽃 아이콘을 선택하면 접사에 필요한 세팅을 그럴듯하게 차려 주기도 한다.

이러한 친절함은 수십 년 사진만 공부한 나와 수십 분 매뉴얼을 공부한 이들의 기술 수준을

평등하게 만들어버리는 능력을 발휘한다.

너무 똑똑한 카메라들. 그리고 하룻밤 자고 나면 더 똑똑해지는 카메라들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무뎌가는 내 두뇌를 보상해 주는 똑똑한 카메라들이 고맙지만

수십 년을 공부해 터득한 기술과 노하우를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려서 조금 얄미운 마음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 Wastes Waste Series. 2009

더 이상 기술적으로 잘 찍는 것을 뽐내기 힘든 세상이 되고 있다. 영리한 최신 카메라가 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 사진가들 사이의 기술적인 차이를 드라마틱하게 압축해버렸기 때문이다. 카메라의 두뇌가 점점 더 좋아질수록 우리는 ‘어떻게 찍는가?’ 보다는 ‘무엇을 찍을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마치 보릿고개 시절 ‘오늘은 어떻게 끼니를 때울까?’라는 원초적인 고민을 했던 것에 비해 먹을거리가 풍요로워진 오늘날 ‘무엇을 먹을까?’라고 고민하는 것처럼 말이다.

↑ Wastes Waste Series. 2009

아무 생각 없이 공원에 쫄래쫄래 카메라를 메고 가는 것 보다

 촬영 날 아침 양치를 하면서 오늘은 무엇을 찍을지 생각하는 것은 꽤 유익한 방법이다.

내가 찍을 피사체를 머릿속에 상상으로 그려 놓고서 그것과 꼭 맞는 모양을 찾아내는 퍼즐놀이를 하는 것.

그것은 당신의 사진 세계를 풍성하거나 기존의 방식에서 조금 더 유연한 방식으로 사진을 유희할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나는 사진을 무척 빨리 찍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콘셉트의 유추는 신중하고 오래하는 반면,

촬영은 쉽고 빨리하는 것이 내가 가장 즐겁게 사진과 놀이를 하는 방법이다.

정성스레 준비된 양질의 콘셉트 작업을 쉽고 즐겁게 만들어 결국 사진가를 춤추게 한다.

치밀하고 일관성 있는 계획하에 촬영된 사진들은 하나둘씩 모여 당신의 스타일로 자리 잡고,

어느새 전문 사진 작가도 부러워할 당신만의 이야기를 갖게 될 것이다.

이제 ‘어떻게’라는 숙제는 카메라에게 맡겨라.

당신의 숙제는 최신형 카메라도 풀지 못하는 ‘무엇을’이라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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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핑크색이 꼭 핑크색으로 나오지 않아도 괜찮아 

사진에 관심이 많은 한 아이가 메신저로 말을 건다.

“핑크색 꽃을 그 꽃이 가진 본연의 핑크색으로 정확히 재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방 안에서 꽃을 찍는데 진한 핑크색 꽃이 물 빠진 핑크로 나온다는 고민이었다. 카메라 세팅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할 말이 바로 떠오르지 않고 30초 정도를 생각해도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사실 이런 질문은 난감하다. 마치 의사 선생님에게 메신저로 “저 배가 아파요.” 물은 뒤 족집게 같은 처방이나 신기어린 소견을 기대하는 것과 비슷하다. 내게는 그런 능력이 없어서 “응, 너 돌 먹었네. 그래서 배가 아픈 거야.” 같은 속 시원한 답을 해주지 못했다.

↑ 110동 앞 벚나무는 새봄이 오면 110이라는 숫자를 가릴 만큼 커버릴 것이다. / 2010


 

정작 내가 생각해낸 답변은 궁색하게도 “핑크색이 꼭 핑크로 나오지 않아도 괜찮아.”였다. “네가 찍은 핑크는 꽃이 지닌 핑크색과 네 방의 벽지 색깔 그리고 방에 들어오는 햇살이 만드는 합작품인 거니깐 그렇게 사진으로 표현되는 거야. 혹시 네 방의 벽지가 푸른색 계통 아니니? 아마 꽃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의 색반사 때문일 가능성이 큰데, 지금 네가 보는 희미한 핑크로 나와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라고 답했더니 별다른 대답 없이 메신저를 나가 버렸다.



 

↑ 흐린 4월, 잠실의 꿈꾸는 흐린 벚꽃. / 2010

꽃이 흐드러지던 4월

내가 찍은 잠실의 벚꽃은 흐린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황사 때문인지 핑크색이 표백된 것같이 하얀색으로 나왔다. 괜찮아. 날씨가 흐려서 색온도가 낮았고, 흐린 날씨 때문에 내 눈에도 벚꽃이 하얗게 보였으니까. 억지로 과장하거나 보정하지 않아도 돼. 사진 제목으로 ‘흐린 벚꽃’이라고 하면 사람들도 하얀색 벚꽃을 이해하겠지. 게다가 초점도 맞지 않았으니 흐린 벚꽃이 마치 꿈을 꾸는 듯 몽환적이잖아? 그래! 제목은 ‘흐린 4월, 잠실의 꿈꾸는 흐린 벚꽃’이라고 하자.



 

핑크색이 꼭 핑크로 나오지 않아도 괜찮아

사진은 사물을 복제해 재현하는 것 이외에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매력덩어리거든.

복제를 원한다면 칼라 복사기를 사는 게 현명하지 않겠어?

대상이 가진 색에 연연하지 말자.

그것은 우리가 맞혀야 하는 모범답안이 아니다.

단지 참고하라. 그리고 당신의 감정과 주변 상황과 의지에 따라 마음대로 변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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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진, 잘 찍고 싶으신가요?

사진은 다른 시각 예술과(나에게 예술이란 정의는 혼돈스럽다. 예술의 기준이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은 나에게 풀리지 않는 숙제이기 때문이다. 당구에서 기립박수를 받는 예술구와 인기 절정의 맛집에서 흘러나오는 예술인데?라는 감탄사는 점점 더 나에게 예술의 의미와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이 책에서 예술의 정의는 창작 활동 정도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달리 기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한 창작은 차가운 금속재질 속 복잡한 회로들과 전자장치들로 구성된 카메라라는 기계의 힘을 어쩔 수 없이 빌려야 하기 때문이다.그림을 그리기 위해 연필을 깎는 행위와는 비교할 수 없게 복잡한 방식이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사진은 딱딱하고 논리적인 사고를 주관하는 좌뇌의 활동이 필요한 어찌 보면 무척 건조한 매체라는 말이다. 감성적이고 눈물 나는 영화를 보기 위해 암호로 가득한 보물 지도 같은 DVD 플레이어의 작동법을 익히고, 외부입력 버튼의 기능과 세발낙지 발가락 같은 입력선의 빨강, 노랑, 하양 색깔을 맞춰 꽂는 것과도 유사하다. 감동적인 영화를 보며 우뇌를 자극하는 감동을 받으려면 원하지 않아도 좌뇌의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딱딱하고 건조하며 골치 아픈 좌뇌 영역에 대해서는 웬만하면 이 책에서는 간과하기로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하나하나 말로 설명하기 보다는 많이 다뤄 보고, 찍어 보고, 망쳐 보면서 자연스레 습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방식이 사진에 대한 열정을 쉽게 식지 않게 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세상 누구도 자전거 타는 법을 책으로 배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진기 작동법도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는 이치와 같다. 한번 크게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고 나면 그것이 무서워서 다음번에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쓰게 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자갈길도 휘파람을 불며 탈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동쪽으서쪽으로 달린다. 해가 저물어 가는 캘리포니아의 서쪽 하늘은 엑셀을 밟지 않아도

나를 ~ 하고 긴 숨으로 빨아들이는 듯하다. ‘Hotel Caflifornia를 틀어 놓았다.

그리고 노을 속으로 끌려가듯 달린다  



우뇌.

감성, 창작, 센스, 표현, 구성, 감동, 멋에 대한 능력을 지배하는 머릿속의 오른쪽 뇌 부위다. 사진을 잘 찍는 것.

그것은 달리 이야기하면 사진으로 나를 포함한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것인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게다가 요즘 사람들은 팍팍한 세상살이에 지쳐 감정이 메말라 매사에 심드렁하고, 웬만해선 잘 웃지도, 감동하지도 않는다. 시각적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 대중들을 감동시키기란 쉽게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 같기만 하다. 사진으로 감동을 주는 것은 셔터를 맞추고, 조리개를 돌리고, 초점과 색 온도를 맞추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사진이라는 표현을 통해 감동을 주고받는 것은 우뇌의 역할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고로 좋은 사진가는 우뇌가 발달한 사진가라고 생각하는데, 많은 사진인들이 사진기 작동법 등 좌뇌에만 집착하는 것이 안타깝다.

 



 

우뇌를 훈련시키는 매뉴얼 또는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사람마다 감동을 받는 기준이 다르고

환경도 다르기 때문이다. 나의 우뇌 훈련법은 경험을 통한 자극을 주는 것이다. 다양한 자극들은 나도 모르게

우뇌를 말랑말랑 노곤노곤하게 마사지 해 줘 어느새 젤리처럼 말랑한 우뇌와 ~ 소리를 내며

활짝 열린 가슴을 소유한, 창작할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진으로 감동을 주기 위한 시시껄렁한 우뇌 훈련법.

내가 주로 했던 우뇌 훈련법은 이렇다. 그리 거창하지는 않다.

슬픈 영화를 보며 엉엉 울어도 보고,

야한 영화를 보며 음흉한 미소도 지어 보고,

머릿속 필름이 뚝 끊기게 술도 마셔 보고,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슬픈 이별도 해 보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사랑의 감정도 느껴보고,

하루 종일 하품만 하는 한량 백수로도 살아 보고,

고래고래 유치하게 큰 소리로 버스기사와 싸워도 보고,

무책임하게 잠수를 타버린 채 휴대폰을 꺼버리기도 하고,

햇살 좋은 오후 내내 윈도쇼핑을 하며 백화점을 어슬렁거리기도 하고,

충동구매로 55만 원짜리 청바지를 사놓곤 내내 목을 맬 듯 후회도 해 보자.

갑자기 꽂혀버린 음악을 수십 번 반복해서 듣기도 해 보고,

장르 불문의 전시회에 가서 작품을 살 것 같은 진지한 표정으로

큐레이터에게 난해한 질문을 던져 보자.

문득 터미널로 달려가 어딘지 모를 땅끝마을을 향해 떠나도 보고,

클럽 스피커 위에 올라가서 일행들이 부끄러워할 정도로 신나게 춤을 춰 보자.

 

다양한 경험과 사소한 감동은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드는 의지의 근원이다.

마음을 열고 경험하고 감동을 받아라.

사진을 잘 찍기 위한 첫 번째 비법이다.


혼자 풀을 뜯고 있는 말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싶었다.
왜 혼자 밥 먹는 것을 보면 애잔한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다.
 

mission

카메라를 목에 걸어 메고 하루 종일 또각또각, 뚜벅뚜벅 걸어 봅니다.
시골길이라면 더 좋고 혼자라면 더더욱 좋습니다.

길카의 코스모스와 대화도 해 보고, 날아가는 잠자리에게 손짓도 해 봅니다.

걷다가 목에 건 무거운 카메라 때문에 아파서 괴로울 때, 혼자 걸으며 생각한 것들이 너무 많아서 편두통의 신호가 올 때,

슬그머니 카메라를 손에 쥐고 주위의 사물들과 풍경들 그리고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사진을 찍어 봅시다.

무의미하게 지나쳤던 사물들이 조금 다르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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